한글날은 단순한 문자 기념일이 아니다.
이 날은 우리 민족이 독자적으로 문자를 창제한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역사적 사건을 기념하는 날이다. 단지 과거를 기리는 데 그치지 않고, 시대와 사회 변화에 따라 그 의미와 형태 또한 끊임없이 변화해 왔다.
특히 근현대사를 거치면서 한글날은 단순한 기념일에서 국가정체성과 문화자존심을 상징하는 날로 재정립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날짜 변경이나 공휴일 지정 여부를 넘어, 한글이라는 문자체계가 시대마다 어떤 정치·문화적 위치를 차지했는지를 보여준다. 지금부터는 한글날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이후 어떤 변화들을 겪어왔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1. 한글날의 기원 – 훈민정음 반포에서 시작된 의미
세종대왕은 1443년에 훈민정음을 창제하고, 1446년 10월 9일에 반포했다. 이 날이 바로 오늘날 한글날의 기초가 되는 역사적 사건이다. 당시 훈민정음은 백성을 위한 문자, 즉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로 설명되며, 문자의 힘을 권력층만이 아닌 일반 백성에게까지 확산시키기 위한 혁신적 시도였다. 중요한 점은 이 훈민정음이 정치적 목적이 아닌, ‘소통’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문자 창제 목적이다.
2. 한글날의 공식 제정 – 민간 주도의 기념에서 국가기념일로
한글날은 1926년 조선어연구회(현 한글학회)에 의해 ‘가갸날’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기념되었다. 당시 일제강점기 하에서 우리말과 문자를 지키려는 민간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였다. 이후 이름은 ‘한글날’로 바뀌고, 해방 이후 1949년에는 국경일로 지정된다. 이 시기 한글날은 문자 그 자체를 넘어서, 민족 정체성과 독립 정신의 상징으로 자리 잡는다.
3. 공휴일 해제와 재지정 – 한글날의 위상 변화
1991년, 경제 발전과 생산성 향상이라는 이유로 한글날이 공휴일에서 제외된다. 이는 한글날의 상징성과 문화적 가치가 잠시 후퇴했던 시기다. 하지만 이후 시민사회와 학계, 국어 관련 단체들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2013년 다시 공휴일로 복귀하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한글날은 단순한 휴일이 아닌, ‘국민적 합의로 유지되는 문화의 날’이라는 상징성을 더욱 공고히 하게 된다.
4. 현대의 한글날 – 기술과 콘텐츠 시대 속 새로운 변화
오늘날 한글날은 단순히 과거의 문자 반포일을 기념하는 것을 넘어,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언어의 역할을 성찰하는 날이 되고 있다. 특히 키보드 입력 방식의 변화, AI 기반 번역기의 등장, 외래어 범람 속에서 한글을 어떻게 지켜내고 확산할 것인가에 대한 담론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제 한글날은 과거의 보존에서 미래의 확장으로 의미가 진화하고 있다.
5. 결론 – 한글날은 살아있는 역사다
한글날은 단순한 역사 기념일이 아니라, 살아있는 ‘언어의 날’이다. 시대에 따라 변화하며, 문자의 정체성과 역할도 그에 맞춰 확장되어 왔다. 과거에는 독립운동의 상징이었다면, 오늘날에는 디지털 커뮤니케이션과 AI 시대 속에서 우리의 정체성을 지키는 중심축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처럼 한글날의 변화는 단지 표면적인 공휴일 지정 여부에 국한되지 않으며, 우리의 언어가 어떻게 시대와 호흡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문화적 지표라 할 수 있다.